내겐 미국생활이 이번이 세번째다.
2013-15년 Texas Austin 에서 석사를 했으며, 2018년에는 6개월간 회사에서 단기 파견으로 뉴저지에 나와있었다.
언어가 부족해서 겪는 불편함, 동양인이라서 겪었던 (혹은 겪었다고 생각되는) 일 등은 이미 익숙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나는.. 엄마 아니던가.
나한테는 괜찮지만 내 시키 관련된 일은 못참는다.!
1. 중국인 아니야.
우리는 중국 코로나 사태가 시끄럽던 시점에 한국에서 열심히 뉴저지 집들을 써치하고 리얼터들에게 연락하며 집을 얻었다. 일부러 '지금 뉴저지가 아니야'라고만 말했지만, 시차가 차이나는 것을 리얼터가 깨달으면 이렇게 묻곤 했다.
"지금 미국이 아니니? 미안하지만 집주인이 중국인인지 확인해달라"
그당시 우리는 자랑스럽게 'No, We're not Chinese. We're Korean.' 이라고 말할수 있었다.
2. 그래, 한국인이니까 기다릴게.
2월 24일, 대구 신천지 사태로 연일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지던 시점에 JFK 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우려했던 입국심사는 생각보다 수월했다.
하루하루 상황이 안좋아졌으며, 아이 학교를 알아보러 갔던 날(2/27) 학교 main office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입국할 때 들은 얘기 없어? School District의 요청으로 지금으로 부터 2주 이상 지난 이후에 학교에 등록 가능해."
입국한 날로부터 2주+a 라면 이해가 가는데,
내가 학교에 방문한 날로부터 2주라면. 이것은 무슨 논리이지..?
그렇다면 2주 자가격리 이후 등록을 위해 방문한 사람은 그때 부터 2주를 더 기다려야 된다는 얘기인가 --;
"입국날이 아니고, 내가 방문한 날로부터 2주 이상이라고?"
"응. 그러니까 음.. 3/16에 등록 가능해."
3. 이건 반칙이잖아.
한국의 코로나 상황이 연일 안좋아지며 우리도 '자가격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입국 후 2주 이상이 지난 시점에 학교를 다시 방문했다. 3/16에 학교를 시작하더라도, 대면접촉이 크게 위험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서류절차는 미리 밟고싶었기 때문이다.
힘들게 준비한 문서들에 무슨 문제가 있다면, (이곳은 느리고 느린 미국이니까) 다시 준비할 시간도 필요할테니.
Main office 담당이 또 차갑게 얘기한다.
"지난번에 오지 않았었니? 16일에 등록가능해"
"응 그건 아는데, 서류 절차만 미리 밟을 수 없을까?
여기 내가 필요한 서류 다 가져왔는데 좀 부족한거 없는지 확인하고싶어서"
"16일부터 서류를 검토해 줄수 있다는 얘기야"
.......... 이것은 무슨 논리인가..
나는 한국인이어서 특정 날짜부터 서류 검토가 가능한 것인가..?
그리고.. 그녀가 말한 3월 16일 뉴저지 Hudson County의 공립학교는 모두 문을 닫았다.
혹시나 해서 학교를 찾아가 registration 절차라도 밟을 수 없냐고 묻자, 지금은 할 수 있는게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4. 당당하게 요구하기.
학교는 Close 했지만, 아이들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출석체크도 하고 있었다.
End of school year 까지 학교를 닫을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 학교가 4월즘 open 한다면,
우리 아이는 제대로 전학처리 없이 계속 결석하는 상황이 되버리는거다.
수업일수 문제도 있을거고 슬슬 걱정이 되어, 웹에 연락처가 나와있는 학교 counselor 및 교육청 행정담당에게 메일을 보냈지만 회신이 오지 않았다.
기분이 좋지않던 그 날, 뉴저지 주지사 Murphy가 브리핑을 TV에서 보고 있는데 갑자기 귀에 꽂히는 한마디.
".... 만약 코로나 사태로 인종차별을 겪고 있다면 바로 알려라. 엄중히 처벌할 것이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교장선생님께 메일을 보냈다.
Fact를 기반으로 내가 하고있는 합리적인 '걱정과 우려'를 포함하여.
정확히 한시간만에 잘 처리해주겠다는 회신이 왔으며,
다음날 아침.
Main office에서 나를 홀대했던 행정담당이 전화를 해서 관련 서류를 screenshot으로라도 보내주면 등록진행을 해주겠다고했다. 그렇게..나는 단 몇시간만에 모든 process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행정담당도, 교장선생님도 속으로 South Korea에서 온 엄마를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적법한 비자로 미국에 들어왔고, 미국에 거주하는 동안 공립학교에 다닐 권리가 있으며,
아이들의 건강과 위생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았으면 (3주 이상의 자가격리),
그 이외에 다른 무엇도 아이의 학교 다닐 권리를 방해하면 안된다.
동양인이 흔치 않은 이곳에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일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법하게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당당하게 지낼 예정이다.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도 누리지 못한다면,, 이곳에서 지낼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코로나 #covid19 #인종차별 #뉴저지 #미국생활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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